공개수배 : 세계 최초 노래방 사장님 찾습니다 > 마이스탯 뉴스

마이크를 잡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된 것인 양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 사전적 의미로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진 장소. ‘노래연습장’은 이제 세계 어느 번화가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흥장소로 자리 잡았다. ‘가라오케’(가짜+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 반주음악 장치는 1980년 이전 일본에서 먼저 탄생해 국내에서도 유통됐지만, 음악 반주와 함께 그에 맞는 가사 자막이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노래연습장’ 시설은 대한민국이 처음 발명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래연습장이 밀집한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의 거리 모습.국제신문DB

▮세계 최초 노래방 부산 동아대 앞 태동…2년 만에 전국 성업

마이스탯 취재팀은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노래방 현황 시장 여건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다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노래방의 시작은 부산이었고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는 거였다.

12일 KB금융경영연구소의 이택수 연구위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국내 최초 노래방은 1991년 4월 부산 사하구 동아대학교 앞 로얄전자오락실 내부였다. 오락실 안에 1.6평의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300원을 넣으면 반주가 나오는 기기를 설치한 형태로 최근 국내에 유행하고 있는 코인노래방과 유사한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 사실은 진짜일까. 다수의 연구결과와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그럴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된다. <부산은 넓다>라는 책에서 국내 최초로 시작된 부산지역 노래방 문화에 대해서 저술한 유승훈 부산시 학예사(저술 당시 부산박물관 근무)는 마이스탯과 통화에서 “로얄오락실 주인과 직접 만나보지 못해 사실관계가 100% 맞지는 않지만, 다양한 연구와 증언을 통해 로얄오락실이 국내 노래방의 시초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3년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보급된 (주)금영의 노래영상전자반주기(노래방기기)의 모습.국제신문DB

2016년 한국언론정보학보에 실린 신한대 윤상길 교수의 ‘초기 부산 노래방 문화 형성의 사회적 맥락과 매체사적 의미’ 보고서에 부산 노래방의 태동에 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구돼 있다. 윤 교수는 1993년 <노래마당> 기자였던 최길주 씨를 인용해 로얄오락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컴퓨터를 전공한 현충당 씨가 노래방 1991년 4월 노래방 음향기기를 개발했다. 그는 부인이 경영하던 로얄전자오락실에 실험적으로 노래방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봤다. 폭발적 관심이 집중되자 두 번째 룸을 마련했다. 이용요금이 곡당 300원으로 저렴했다는 점과 부른 노래에 대해 친절하게 점수를 알려준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당시 로얄오락실 내부에 있던 노래방은 행정당국으로부터 정식 허가받은 노래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노래방이 ‘노래연습장’이라는 간판을 걸고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것은 1991년 5월 12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하와이비치 노래연습장’이 시작이다. 이후 서구 충무동 ‘일번가노래연습장’과 ‘국도노래연습장’ 등 부산 시내 구석구석은 물론 전국 각지에 노래연습장이 설치되면서 광풍이 일게 된다.

1993년 한 남성이 '전화노래방'을 이용하고 있다.국제신문DB

최초 노래방이 부산에 들어선지 2년만인 1993년 전국적으로 노래방이 2만여 개 넘게 설치되면서 노래방은 국민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1993년 3월 6일 <동아일보> 9면 ‘노래방, 대중놀이문화 정착’이라는 기사를 보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유흥가에 몰렸던 노래방은 기업체와 일반 가정 안방까지 파고들었다. 심지어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노래방기구가 설치됐으며, 전화통화를 통해 노래를 부르는 전화 노래방까지 등장했다. 가라오케에서 네 사람이 1시간을 보내면 술값 포함 5만 원이 들지만 노래방에서는 음료값을 포함해 1만 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직장인에게는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데다 술을 깬 후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노래방은 술자리 이차 코스로 애용되고 있다.”

당시 노래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술과 안주를 팔고 접대부가 등장하는 노래방들이 사회 문제화됐고, ‘왜색 짙은 문화’라고 해서 대학교 학생회를 중심으로 사용 자제 움직임도 일었다. 이 밖에도 청소년 탈선 우려를 비롯해 노래방 조명이 눈 각막을 해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다.

▮빅데이터 분석…부산서 가장 오래된 노래방은?

‘부산 최초 노래방’을 찾을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991년 부산에 있었다는 ‘로얄전자오락실’과 ‘하와이비치노래연습장’은 아쉽지만 지금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대표로 이름을 알렸던 이들도 수소문했지만, 지금은 만날 수 없었다.

1980년대 가라오케 사업을 하며 부산 노래방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초창기 노래방 사업을 통해 반짝 수익을 벌었던 이들은 불이익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무등록 영업을 했다며 당국에서 처벌을 받기도 했고, 등록영업을 한 이들의 경우에는 지역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영업하는 노래방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은 어디일까.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localdata.kr) 사이트 확인 결과, 부산 최고(最古) 노래방은 남구 용호동에 있는 ‘앗사노래연습장’으로 1992년 7월 13일 문을 열었다. 광안리 ‘하와이비치노래연습장’을 비롯해 1991년 영업을 시작한 곳도 여러 군데 있겠지만 지금은 폐업 처리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localdata.kr 사이트는 전국 17개 시도(228개 지자체)의 인허가 데이터가 매일 자동으로 수집되는 곳이다.

한편, 16개 지자체 중 1992년 노래방 개업 후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영업 중인 곳은 앗사노래연습장(이하 노래연습장은 생략)과 더불어 ▷사상구 모라동 ‘애마’ ▷중구 ‘남포’ ▷동래구 ‘SBSⅡ’ ▷북구 ‘타워링’ ▷해운대구 ‘서울’ ▷금정구 ‘반도’ 등 7곳이었다.

부산에서 노래방 시설이 처음 도입됐다는 동아대 앞 로얄오락실이 있는 사하구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연습장은 ‘라이브’로 2002년 1월 17일 문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6개 구군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연습장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방은 어디일까

                                                         자료=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

기초단체/노래방명/ 위치/ 등록일

사상구/애마노래연습장/사상로 531번길 7(모라동)/ 1992년10월13일

수영구/첼로노래연습장/수영구 구락로 72 지하1층(망미동)/1993년 11월 19일

중구/남포노래연습장/중구 자갈치로 47번길 5 2층/ 1992년 9월 30일

서구/ 그랜저노래연습장/ 서구 구덕로 296번길3(동대신동)/ 1994년 4월 23일

동구/ 찬찬찬/ 동구 고관로 85-1(수정동)/ 1999년 6월 16일

영도구/ 해동노래연습장/ 영도구 절영로 13번길 72(영선동)/ 1993년 12월 9일

부산진구/ 가남노래연습장/ 부산진구 가야대로 666/ 1993년 9월 2일

동래구/ SBSⅡ노래연습장/ 동래구 충렬대로 237번길 58, 2층(복천동)/1992년 11월 25일

남구/ 앗사노래연습장/ 남구 동명로 125(용호동)/1992년 7월13일

북구/타워링/북구 만덕대로 16번길 7(덕천동)/1992년 10월 13일

해운대구/서울노래연습장/ 해운대구 중동 1로 32(중동)/ 1992년 9월 26일

사하구/라이브노래연습장/ 사하구 하신번영로 167번길 1(신평)/ 2002년 1월 17일

금정구/반도노래연습장/금정구 서동중심로 62(서동)/ 1992년 9월 5일

강서구/떴다 Q노래연습장/ 강서구 르노삼성대로 602(명지동)/ 2001년 11월 8일

연제구/ 갈무리노래연습장/ 연제구 과정로 347(연산동)/ 1993년 7월 12일

기장군/ 개미/ 기장읍 차서남로 65번길 16/ 1999년 6월 3일

▮노래방 1개당 인구수 최고는 사상구 최저는 강서구

KB금융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5월 현재 국내에는 총 3만2796개의 노래방이 영업 중이다. 부산의 경우 1970개로 노래방 1개당 인구수는 1741명이다. 노래방 1개당 인구수만 따져보면 부산이 더는 ‘노래방 도시’라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 대전의 경우 노래방 1개를 1069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그 뒤로 인천(1238명), 대구(1311명), 광주(1312) 등의 순으로 부산은 17개 시도 가운데 12번째였다.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노래방이 가장 밀집한 곳은 ‘사상구’였다. 총 노래방 숫자는 208개였는데, 1067명마다 노래방 1곳을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였다. 뒤이어 중구(1178명), 금정구(1191명), 동래구(1227명), 수영구(1404명) 등의 순이었다. 부산 전체 평균은 1741명 이었다. 도농복합도시인 강서구의 경우 총 27개의 노래방이 있는데, 노래방 1개당 인구수가 4694명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노래방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전국의 노래방 수는 2011년 3만5316개를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다가 2015년과 2016년 코인노래방 창업 열풍 때 반짝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노래방 신규 등록 수는 766개로, 창업이 가장 많던 1999년 8000여 개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과 휴업 등으로 시장에서 이탈한 노래방은 1413개였는데, 결국 노래방 폐업이 창업보다 배 이상 많은 셈이 됐다. 올해 5월까지 시장에서 이탈한 노래방도 657개에 달한다.

한 여성이 동전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국제신문DB

왜 노래방 수는 줄어드는 걸까. 이는 관련 업종의 특수성과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래방은 창업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쉽게 개업할 수 있다. 대체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하나 2층 이상에 들어서며, 혼자서도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이 적다. 최근 주 52시간 도입과 워라밸 문화 확산으로 회식 2차 코스로 애용되던 노래방 수요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연구소 관계자는 “공기질과 내부 위생관리, 노후화된 인테리어 교체 등으로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특화된 서비스를 도입해 잠재 고객을 유인하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1991년 부산 사하구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을 운영한 현충당 씨를 아시는 분께서는 마이스탯 취재팀으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051)500-5012